마라톤/울트라 마라톤

부산썸머비치 100km 울트라 (06-08-19)

맹돌이2 2009. 8. 4. 15:35

부산지역에 태풍이 지나면서 많은 비가 내린다는데
출발하기전부터 내심 걱정이 앞선다.

토요일 12시 엑스포남문 광장을 출발한 우등관광버스가
추풍령을 지날때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해운대요트경기장에 도착해보니 장대비가 내린다.

대회본부에 가서 배번을 받아 오는사이에
벌써 운동화가 물에 젖어 버렸다.
출발시간인 오후 6시경이 다되어도 비를피해
참가자들이 밖으로 나오려 하질 않은다.

출발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앞사람을 뒤따라 이광한님 윤영철님과 함께 천천히 출발..

오늘 레이스 전략은 키로당 6분주로 달리되
매 10km지점에서 음료공급을 받고
매20km 마다 스트레칭을 하여 10시간반 이내에 골인하는 거다.

오늘 레이스를 윤영철님과 함께 동반주하기로 하고
몸도 제대로 풀지 못했으니 초반 10km 까지는 워밍웝 하자고 했다.

동백섬을 한바뀌 돌아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는데
피서객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이 여름의 끝자락을 시원한 바다와 함께 즐기는 선남선녀들이 부럽다.

메리어트호텔을 지나 달맞이 고개에서는 걸었다.
달맞이 고개 주변엔 멋찐 까페들로 가득차 있다.
언젠가 이 곳에서 맥주를 마셨던 부산 앤이 생각난다.

달맞이 고개 정상에서 천천히 스피드업해서
송정해수욕장 부근으로 내려가 10km 지점을 1시간 6분만에 도착...

언덕구간을 통과하면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으니
이후 부터 스피드업하기로 했다.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가는데 윤영철님은 몸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울산방향으로 달리는 코스 우측편은 바다이다.
소나무숲을 지날때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더니
시원한 파도소리가 귓전을 때르는가 하면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대변항을 지나 섹스폰라이브까페가 있던 20 km 지점을 56분대에 통과..
다시 기장군청 일광해수욕장을 지나 30km 지점을 59분대에 통과..

이곳에서 씨레기국으로 간단하게 식사하고
달리기 시작하는데 잠이 밀려오다.
때마침 부산 여성 주자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몸매도 멋있고 달리는 폼도 수준급이다.
한참 동안 그 여성주자를 뒤따라 동반주...ㅋㅋㅋ

35km 부근에선가 윤영철님이 다리 상태가 않좋았던지
스트레칭을 하길래 곧 뒤따라 올거라 생각하고 혼자 달려 나갔다.

언덕구간을 걸어 올라가는데 또다른 여성 주자가 날 추월해간다.
에라... 함께 달려보자.

여기서 부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무작정 앞주자 불빛만 보고 그 여성 주자와 함께 달렸다.
그 여성 주자는 서울에서 왔다는데 정말 대단하다.
남자들이 걷고 있는 언덕구간에서도 쉬지 않고 달린다.

그 덕분에 울산광역시 경계구역을 지나 40km 지점을 1시간 3분에 통과하고
반환점인 진하해수욕장 부근 50km CP를 58분만에 통과했으니
전반부를 5시간 18분 39초에 주파한 거다.

반한점을 돌며 생수 한모금 마시고
곧바로 언덕구간을 올라 가면서
11시간 이내에 골인하는 걸로 목표수정을 하였다.

30km에서 식사하고 난 이후 50 km 지점까지 달리는 동안
단 한명에게도 추월 당하지 않고 수많은 주자를 추월하였다.

반한점 이후 부터 언덕구간에서는 걸으면서도
키로당 6분 10~20초 페이스를 유지했다.

70km 지점 까지 거의 20여명의 주자를 추월한 것 같다.
아직 호흡도 괜찮고 다리도 건재하다.
그동안 지리산 설악산 종주하면서 다져온 결과이리라.

60km 지점을 1시간 2분대에 통과하고
70km 지점을 1시간 1분대에 통과..

70km 지점은 30km 반한점이니 식사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철수하고 생수만 비치되어 있다.
그동안 꿀과 파워젤로 버텨왔는데 남은 구간이 걱정된다.
슈퍼에 들러 생수 한병을 사서 배낭에 넣고 파워젤 하나를 꺼내 먹었다.

아직 다리는 괜찮은 편인데 파워가 떨어진다.
기장군청을 지나 섹스폰라이브카페 80km 지점을 1시간 4분에 통과..

이후 구간에서는 체력이 거의 고갈된 모양이다.
90km 지점에서 시계계측도 하지 못한채 통과하고
달맞이 고개를 올라가는 언덕구간까지 걷다 뛰다를 반복..

달맞이 고개를 어렵게 걸어 정상에 올라가니
멀리 광한대교가 보인다.
내리막 구간이니 힘을 내서 달리는데도 여전히 힘들긴 마찬가지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날때쯤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밤을 새운 피서객과 새벽 운동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동백섬을 한바뀌 돌아 한화콘도를 지나면서
11시간 이내에 골인해 볼려고 스퍼트 했지만 역부족이다.

요트경기장 조형물 지점에서 11시간을 넘긴채
멋찐 폼을 연출하면서 11시간 1분 31초에 골인...

정말 멀고도 힘든 레이스 였다.
초반 폭우에 내려 무더위는 없었지만
젖은 신발때문에 발바닥에 물집이 생긴데다
땀으로 얼룩진 사타구니가 시리고 아프다.

그래도 내 다리 하나는 정말 튼튼한 것 같다.
100km를 11시간이나 달렸는데도 멀쩡한 걸 보니...

그러나 이젠 더이상 체력소모가 많은 울트라를 하지 않으련다.
이번 대회 참가가 처음이자 마지막 울트라가 될 것이다.

   8/19(토) ~ 8/20(일) 부산썸머비치울트라

           ~ 10km      1:06:09  (2:42 휴식)
           ~ 20km         56:45  (1:42 휴식)
           ~ 30km         59:23  (6:29 식사)
           ~ 40km      1:03:12  (2:32 휴식)
           ~ 50km         58:41  (1:20 휴식)   전반 5:18:39
           ~ 60km      1:02:48  (2:53 휴식)
           ~ 70km      1:01:54  (2:01 휴식)
           ~ 80km      1:04:21  (1:19 휴식)
           ~ 100km    2:25:13                     후반 5:42:52

                                     <총 11시간 1분 31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