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 백두대간의 끝자락 지리산을 무박2일로 종주하였다.
매년 이맘때쯤 지리산 종주를 해오고 있지만 항상 신비롭고 경외로울 뿐이다.
13일 새벽 3시반 성삼재를 출발해서
노고단 토끼봉 명선봉 영신봉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을 거쳐 천황봉까지 11시간 15분만에 종주한후
다시 장터목산장을 경유하여 백무동으로 하산하기 까지
총 14시간 13분에 걸친 산행기를 정리해 본다.
o 성삼재 -> 삼도봉 (2시간 38분 소요)
12일밤 23시 평송수련원을 출발해서 13일 새벽 1시 30분에 성삼재에 도착...
국립공원관리소에서 새벽 3시반까지 입산통제하는 지라
차안에서 쪼금 쉬고 있는데 3시무렵 성삼재 광장이 등산객으로 가득하다.
새벽 3시반 헤드랜턴으로 불빛을 밝히면서
칠흑처럼 어두운 지리산이 놀라지 않게끔 조심스런 산행 시작...
노고단(지리 제7경 : 노고단 운해, 1507m)까지는 임도가 잘 정비된 구간이라
평지를 걷듯이 가볍게 올라간후 약간 비좁은 등산로를 따라 산행...
며칠전 많은 비가 내려 등산로가 질퍽거릴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더 단단하고 물고인 곳도 많지 않다.
피아골(지리 제5경 : 피아골 단풍)이 연결되는 임걸령을 지나면서
20년전 대학 엠티때 엘비스의 러브미텐더를 불러준 후배 생각에 잠겨본다.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1733m) 삼거리를 지나
전남.북과 경남의 도계를 이루는 삼도봉에 도착직전 붉은해가 쏟아오른다.
하늘이 맑아 오랫만에 멋진 일출 모습을 본 것 같다.
삼도봉 정상에서 예나 다름없이 똥침....ㅋㅋㅋ
o 삼도봉 -> 연하천 산장 (1시간 48분 소요)
당초 삼도봉에서 조별로 등반하기로 되어 있으나
송봉기님 직장 동료와 함께 연하천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아직 초보자라 벌써 힘들어 하는 동료를
언덕구간마다 손잡고 올라가는 재미도 괜찮다.
토끼봉(1534m) 명선봉(1586m)을 지나 연하천산장(지리 제2경 : 연하 선경)에 도착해서
김밥으로 아침식사...
o 연하천 산장 -> 벽소령 산장(1시간 11분 소요)
연하천에서 벽소령 구간은 날이 밝아서 인지 쪼금 지리한 구간이다.
형제봉(1433m)를 제외하곤 보이는게 쭉쭉 늘어진 나무들과 이름모를 잡초, 산꽃들 뿐이다.
그래서 약간 스피드업해서 벽소령 산장에 6시간 21분만에 도착.
o 벽소령 산장 -> 세석 평전(2시간 09분 소요)
벽소령 산장(지리 제4경 : 벽소 야월)에서 캔맥주 생각난다.
천황봉에서 정상주를 기약하면서 약간 빠른 걸음으로 덕평봉(1521m) 샘터
영신봉(1652m)를 거쳐 세석평전에 8시간 49분만에 도착...
세석평전(지리 제8경 : 세석 철쭉)은 영신봉과 촛대봉 사이에 평원인데
철쭉을 비롯한 수많은 산꽃들의 경연장이다.
난 세석평전에 올때마다 여기에 정착하고 싶은 충동에 빠지곤 한다...
세석평전 샘터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
매운 청양고추를 먹고나니 고추 히~임!!
o 세석 평전 ->장터목 산장(1시간 14분 소요)
칠선봉을 지나 촛대봉(1704m) 연하봉(1667m) 구간은 지리산 경치중 백미다.
1600m 고산준봉 사이로 하얀 구름이 넘나든다.
구름사이로 멀리 삼신봉(1354m)이 뿌옇게 빛난다.
지리산 절경속에 예쁜 4처자들이 산행중이다.
아침에 벽소령산장에서 출발했다는데
내가 대장인걸 어떻게 알았는지 과일 있으면 달란다.
맹랑한 것들... 우리 일행도 4명이니 잼나게 산행할 수 있을까?
오이 사과를 선뜻 내주었는데 바로 뒤에 오빠부대가.... ㅎㅎㅎ
o 장터목 산장 -> 천황봉(34분 소요)
장터목 산장에서 함께한 김건환님은 바로 하산하고
김용선님 안효영님과 함께 곧바로 천황봉(1915m)을 향해 출발..
보통 사람들이 50여분 소요 되는 구간인데
파워 워킹으로 제석봉(1806m) 고사목 지대를 지나
34분만에 천황봉(지리 제1경 : 천왕봉 일출)에 도착했으니
총 11시간 14분만에 종주한 셈이다.
2년전 이 구간을 8시간반에 종주할때 보다는 천천히 걸어온 거라 힘든지 모르겠다.
이 정도 컨디션이라면 천황봉에서 성삼재까지 한번더 종주해도 괜찮을 것 같다.
정상엔 구름이 끼었지만 등산객이 북적되어 어디 쉴 공간도 거의 없다.
정상에서 참이슬로 정상주 한잔 크윽...
쪼금 쉬고 있으니 한기가 차오른다. 에고 추워라...
o 천황봉 -> 백무동 하산 (2시간 37분 소요)
천황봉에서 백무동을 경유해서 내려가는 길은 정말 지루한 구간이다.
급경사 인데다 돌이 많아 부상이 염려 스럽다.
참샘터에서 잠깐 휴식하고 나서
계속 지루한 내리막 구간의 종착점 상백무동에 도착하니 오후 5시 45분경..
새벽 3시반 성삼재를 출발해서 천황봉 까지 등산구간과
백무동까지 하산구간을 모두 합치니 14시간 13분에 걸쳐 지리산을 종주한 거다.
백무동 계곡물에 풍덩 쌰워한후
송어회 닭도리탕 안주삼아 쏘주와 막걸리 일순배를 하고 나니 기분이 넘 좋다.
올 가을 지리산 종주를 다시 해볼 것을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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